11:30 새로운 한 주간이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출근길에 나의 아지트에 들렀다. 서리가 내린 풀들을 보며 생태하천을 걸었다. 마침 한쌍의 새가 나와 같이 이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무슨 음악을 들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김범수의 '약속'을 반복재생하며 하루의 시작을 가다듬었다.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나의 의욕을 불태웠다. 그래 모든 게 감사하다.
모든 것에 가치부여를 하고 타당한 대가를 지불한 만큼 더 큰 가치로 나에게 보상을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것에 인격을 부여하고 사소한 모든 것에도 소중함을 덧입히고 싶다. 이 아침, 이 직장, 이 출근길... 모두 다 사랑하리.
그저께는 생전 처음으로 혼자서 영화 '건국전쟁'을 보러 갔다. 올케가 꼭 보라고 해서 이참 저 참에 발길을 옮겼다. 내 또래의 혼자 온 사람이 간간이 보였다. 시작 시간을 잘못 보는 바람에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쇼핑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프레즐과 애플망고를 맛나게 먹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겨우 2시간을 때운 다음에 영화관에 들어가니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두 사람이 내 옆자리에 먼저 앉아 계셨다. 너무 수다스러워 아예 멀리 다른 자리로 옮겨 버렸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널찍하고 편안히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며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그동안 오해했던 나 자신이 죄송스럽게 생각되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발전하고 선진국대열에 서게 된 것도 이승만대통령의 공이 크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 합당한 대우도 못 받고 긴 세월이 흘러 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후대들은 여전히 그를 오해하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더 가슴이 아팠다.
또 한 번 나는 앞으로 모든 일에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떤 한 사람을 평가하기에 앞서 반드시 중립적 시각을 가지고 출발하기로 한다. 또한 될 수 있으면 모든 일에 긍정적 시각을 갖기로 한다. 어떤 사람도 함부로 재단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고 어떤 상황에도 함부로 비판하지 않기로 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고 있고 그는 언제나 최상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그 순간은 그의 감정에 충실했으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모두 다 사랑하리, 따뜻한 햇살로 살아가리, 어떤 작은 것에도 소중함을 덧입히기, 나의 인생의 여정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대가지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의미 있게 살아가리.
16:53 하루 일과를 마치고 글 제목을 바꾸었어요. 참 많은 고난을 겪고 난 후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나는 평안에 잠기어 있단 말이죠. 삶이란 끈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든 고난이었지만 어째 어째 지나가니 그 고난이 내게 보석이 되더군요. '만일 그 고난이 없었다면'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지금의 만족스러운 나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죠. 맹숭맹숭 살아왔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고난의 두 얼굴이라고 제목을 붙여봤어요.
어느 순간 전광석화처럼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어요. '나의 고난은 당신의 지혜입니다'라고 나는 속삭이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말하죠. 고난은 축복의 포장지이다. 고난은 축복의 씨앗이다. 고난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다 맞는 말이에요. 덧붙이자면 신의 한 수, 신의 지혜임이 분명해요. 고난을 통해서 나는 많은 선물을 받았고, 그 고난은 지금 누리고 있는 축복의 씨앗이 되어주었고, 너무나 큰 선물을 갖고 왔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과하리만치 나는 평범한 일상에도 이토록 감격스러워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이 일상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죠.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서리 내린 작은 풀잎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예쁜, 그런...
고난의 두 얼굴, 한쪽 얼굴만 보지 마세요. 또 다른 얼굴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 또 다른 얼굴은 금방 나타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야 보이고, 시간이 지나야 내게 축복의 얼굴로, 햇볕의 얼굴로 다가올 거예요. 그 얼굴을 느낄 때까지 묵묵히 감사함으로 견뎌봐요. 감사함으로 견디면 기다림의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답니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 만하답니다. 혼자라고 외로울 필요도 없어요. 편안한 외로움, 단단한 외로움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외롭다고 느낄 때 마음 가는 영화한 편 보고 맛난 것 먹으면서 기분전환도 해보고 잠시 삶의 터전을 벗어나보세요. 다시 나만의 공간에 돌아왔을 땐 분명 달라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남은 하루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요.